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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위험에서 꽃핀다. 역사적으로 , 사회적으로 , 그리고 문화적으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강렬한 동기부여. 그것은 분노다. 위험은 분노를 야기한다. 그리고 분노는 저항을 낳는다. 인간은 부조리에, 불평등에, 그리고 궁극적으로 현재에 대해 저항한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인간은 분노하고 저항하며 이윽고 죽음까지 불사한다. 문학은 저항의 한 종류로써 그 어떤 행위보다 강렬한 힘을 지니고 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고, 사라지지 않은 주홍글씨로써 현 시대를 무엇보다 끔찍하고 강렬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통찰하고 기록하기 때문이다. 이 단순한 글자 뭉치는 아름다운 예술이 아닌, 잔인한 기록이 되어 사상을 낳는다. 사상은 글자를 통해 전염된다. 그리고 사상은 행동을 야기한다. 그 행동은 변화를 불러온다. 때문에 문학은 근본적으로 현 시대에 저항하며 그것에 종속되는 삶을 거부한다. 단순한 하나의 추상, 명석하지도 않고, 판명하지도 않은 흐릿하며 구분되지 않는 단 하나의 그것을 위해,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문학은 저항한다. 우리는 저항한다.
알레호 카르펜티에르는 스위스 로잔에서 태어나 쿠바에서 자랐다. 아직 세계가 양분되기 전, 전 세계를 여행하며 자신의 문학 기틀을 마련하였고, 이 세상의 왕국을 집필하며 미겔 데 세르반테스 상을 받으며 일약스타로 도약하였다. 라틴 아메리카를 여행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이 세상의 왕국은 마술적 사실주의의 시초로 일컬어지며, 라틴 아메리카 문학계의 뿌리라고 불린다. 작가는 이후 공산주의로 전향한 쿠바에서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와 협력하며 적극적으로 좌파 운동에 협력하였고, 이 때문에 감옥에 투옥되거나 망명을 떠나기도 하였다.
이 세상의 왕국은 아이티 독립을 다룬 작품이다. 아이티는 쿠바의 바로 옆에 위치한 작은 나라로, 자메이카, 도미니카 공화국 등과 지리적으로 가깝다. 아이티는 콜럼버스가 발견한 이후부터 백인에게 침략을 당했고, 17세기 말 스페인으로부터 프랑스가 식민지를 인도받아 프랑스령으로 관리되었다. 이후 1791년 시작된 아이티 혁명을 계기로 아이티는 프랑스로부터 독립하고 , 자체적인 국가를 건국하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은 역사상 유일하게 성공한 노예 혁명이다. 즉, 이 책은 쿠바의 이야기가 아닌 아이티의 실제 역사를 담고 있다.
이러한 책의 특징으로 앞서 언급한 ‘마술적 리얼리즘 ’을 들 수 있다. 책의 초반부터 끝까지, 마술적 리얼리즘 은 계속해서 강조되는데, 부두술, 로아 등의 아프리카의 토속 신앙들이 그 예시이다. 대표적인 제3세계 작가인 후안 룰포, 보르헤스 , 마르케스 등의 작가가 그런 이 책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이러한 이유로 제 3 세계 문학을 개관하는데 있어 적합하다고 필자는 판단하여 이 책을 선정했다. 책의 줄거리는 짧게 설명하자면 주술 등의 신비한 힘으로 흑인들이 혁명을 성공하지만, 흑인이 흑인을 노예로 부리는 일이 일어나는 내용이다.
책의 초반부를 읽으면서 필자가 느낀 감정은 , 연민이었다. 단순히 노예들이 불쌍하다 정도의 느낌이 아니라 , 현실에서 이기지 못한 한을 문학으로 풀어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국의 박씨전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마캉달이 여러 주술을 사용하고 자유자재로 도망치며 백인들을 우롱하는 모습에서 도술을 쓰는 박씨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특히나 도입부에서 이 점이 명백하게 느껴졌는데, 노예인 티 노엘이 주도적으로 말을 고르는 장면에서, 자연에 가깝게 살아가는 흑인들의 민족적 우월함을 과시하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필자는 이러한 문학들이 뛰어난 문학이라고 생각하지 는 않는다. 주제와 연출 따위가 너무나 얕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시작된 정의로운 약자와 악한 강자의 이야기는 단순히 말해 ‘재미가 없다.’ 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작품도 그저 그런 역사적 의미만을 지닌 작품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이 세상의 왕국은 단순한 정신 승리를 위한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타입의 소설이었다.
소설에서 흑인들은 부두술과 로아 등 자신들의 문화를 통해 하나로 뭉친다. 백인들은 이것들을 이교도의 문화라고 무시하고 관심주지 않았기 때문에 비밀스 러운 신호나 통신의 수단으로써 사용되었다. 여기까지 읽은 후 필자는 이 책이 단순히 흑인혁명을 찬양하는 내용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역사적으로 너무나 매력적인 배경이다.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건국에 성공한 노예 국가. 악당인 백인들로부터 자신들의 가치를 되찾은 흑인 노예들의 이야기. 하지만 뻔한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책의 중반부에서 , 기존의 예상대로라면 가장 멋지고 찬란해야 할 흑인들이 혁명을 이뤄내는 과정에서 내용이 급변한다. 혁명을 일으키는 흑인들은 백인 여성을 강간하고 , 남성을 무차별하게 학살한다. 그들이 백인의 집에 처들어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목을 축일 술을 찾는 일이었다. 여기서부터 책의 가치가 드러난다. 마치 환상에서 깨어나 갑자기 눈 앞에 들이닥친 허기와 공포를 온몸으로 느끼는 것처럼 동화같은 혁명의 이야기는 현실의 폭력으로 변화한다.